철광석 제련 기술의 역사

철광석 제련 기술의 역사

1. 서론: 인류 문명의 근간, 철(鐵)

인류 문명사에서 철은 단순한 재료를 넘어 농업 생산력 증대, 군사력 강화, 건축과 교통의 혁신을 이끈 문명 전환의 핵심 동력이었다.1 철의 사용은 노동의 분업과 협업 체계를 가능하게 하여 공동체 산업의 등장을 촉진했고, 이는 사회 변화의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2 철강 기술의 발전은 산업혁명의 기폭제가 되었으며, 현대 사회의 모든 기간산업을 지탱하는 근간으로 자리 잡았다.3

본 보고서는 고대의 불완전한 제련 방식에서부터 현대의 고효율 대량생산 공정, 나아가 탄소중립 시대의 패러다임 전환을 이끌 미래 기술에 이르기까지, 철강 기술이 거쳐온 혁신의 궤적을 연대기적으로 추적하고 그 본질을 규명하고자 한다. 각 기술적 변곡점의 원리와 역사적 의의를 심층적으로 분석하여 제련 기술의 거시적 발전사를 입체적으로 조망할 것이다.

2. 여명기의 제련 기술: 괴련철과 주철의 등장

2.1 저온고체환원법과 괴련철로(Bloomery): 원시적 철의 탄생

초기 제철 기술인 괴련철로는 철광석의 녹는점(약 1538°C)보다 현저히 낮은 800-1000°C 정도의 온도에서 목탄을 환원제로 사용하여 철을 얻는 ’저온고체환원법’에 기반한다.4 이 공정에서 철광석은 완전히 액화되지 못하고, 환원된 철 입자들이 반쯤 녹은 불순물(슬래그)과 엉겨 붙어 다공질의 스펀지 같은 덩어리, 즉 괴련철(塊煉鐵, Bloom) 또는 해면철(海綿鐵) 형태로 생성된다.2

생성된 괴련철은 탄소 함량이 불균일하고 다량의 슬래그를 포함하고 있어 그대로 사용할 수 없었다.2 따라서 수차례에 걸쳐 불에 달구고 망치로 두드리는 단조(鍛造) 작업을 반복해야 했다. 이 과정을 통해 내부의 슬래그를 짜내고 금속 조직을 치밀하게 만드는 정련을 거쳐야만 비로소 도구나 무기로 사용할 수 있는 연철(Wrought Iron)을 얻을 수 있었다.2 이 방식은 극심한 노동력을 요구했고 생산성이 매우 낮아 철의 광범위한 보급에 근본적인 한계로 작용했다.4

이 기술의 핵심은 철을 액화시키지 못하는 ‘저온’ 공정이라는 점에 있다. 이로 인해 생성물은 고체 상태의 ‘불완전한’ 철 덩어리일 수밖에 없었고, 이는 필연적으로 길고 힘든 후처리 공정을 요구했다. 결과적으로 생산 효율은 극도로 낮았고 제품의 품질 또한 균일하지 못했다. 이는 철기 시대 초기 수백 년간 철이 청동을 완전히 대체하지 못하고 귀한 금속으로 남았던 근본적인 ’기술적 병목’의 원인이었다. 즉, 철의 발견 자체보다 그것을 효율적으로 가공하는 기술의 부재가 문명사적 확산을 지연시킨 핵심 요인이었던 것이다.

2.2 고대 중국의 기술 혁신: 송풍식 용광로와 고온액체환원법

기원전 4세기경 고대 중국에서는 풀무(Bellows)와 같은 강력한 송풍 장치를 갖춘 수직 용광로를 발명하며 제철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다.4 여러 개의 송풍 구멍으로 끊임없이 공기를 불어넣는 이 장치는 로 내부의 온도를 철의 녹는점을 훌쩍 넘어서는 1150-1300°C까지 끌어올렸다.4

이 고온 환경에서 철광석은 완전히 녹아 액체 상태의 쇳물, 즉 선철(銑鐵, Pig Iron)이 되었다. 이는 인류 역사상 최초로 ’저온고체환원법’에서 ’고온액체환원법’으로의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을 이룬 사건으로, 유럽보다 약 1,800년이나 앞선 기술적 성취였다.4 액체 상태의 선철은 거푸집에 부어 원하는 형태로 만드는 주조(鑄造)를 통해 농기구나 무기 등 다양한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것을 가능하게 했다.4 비록 선철은 탄소 함량이 높아 부서지기 쉬운 단점이 있었지만, 이를 다시 가열하고 처리하여 탄소량을 줄여 강(鋼)으로 만드는 기술(생철 유화 처리) 또한 함께 발전시켰다.4

중국의 혁신은 단순히 온도를 높인 것이 아니라, 철의 ’상태’를 고체에서 액체로 바꾼 데에 그 본질이 있다. 액체는 단조 방식과는 비교할 수 없는 생산성을 제공하는 ’주조’라는 새로운 제조 방식을 가능하게 했다. 이는 인류 역사상 최초로 ‘균일한 품질의 철제품 대량생산’ 시대를 연 사건이다. 더 나아가, ’선철 생산(제선) → 강철 제조(제강)’라는 2단계 공정의 개념이 이때 정립되었는데 4, 이는 현대 제철 공정의 원시적 형태로, 단순히 철을 얻는 것을 넘어 철의 성질(탄소 함량)을 제어하려는 시도의 시작이었다는 점에서 야금학사적으로 지대한 의의를 가진다.

<표 1> 고대 제련 기술 비교

항목괴련철로송풍식 용광로 (고대 중국)
기술 방식저온고체환원법고온액체환원법
작동 원리불완전 환원 및 소결완전 용융 및 액화
도달 온도약 800-1000°C약 1150-1300°C
1차 산출물괴련철 (고체)선철 (액체)
주요 후공정정련 및 단조주조 및 탈탄 정련
핵심 의의원시적 철 생산대량생산 가능, 2단계 공정 확립

3. 산업혁명과 강철의 대량생산 시대

3.1 베서머법(Bessemer Process): 속도의 혁명과 품질의 과제

1856년 헨리 베서머가 발명한 전로법은 인류 역사상 최초로 강철의 대량생산 시대를 연 기술이다.11 이 기술의 원리는 용융된 선철이 담긴 거대한 알 모양의 전로(Converter) 바닥에 설치된 풍구(Tuyeres)를 통해 고압의 공기를 강하게 불어넣는 것이다.13 공기 중의 산소가 선철에 포함된 다량의 탄소, 규소 등과 격렬하게 반응하여 산화시키고, 이때 발생하는 막대한 산화열이 쇳물의 고온을 유지시킨다. 이 과정을 통해 불과 15분에서 30분이라는 극히 짧은 시간 안에 선철은 강철로 변환되었다.13

이전의 도가니 제강법이 수 시간 동안 수십 킬로그램을 생산하는 데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베서머법의 생산성은 가히 혁명적이었다.16 이로 인해 강철의 가격은 극적으로 하락했고, 철도, 교량, 건축, 기계 등 산업혁명기 모든 분야에 강철이 폭넓게 사용되는 기반이 마련되었다.3

그러나 이 혁신적인 기술에는 치명적인 한계가 있었다. 초기 베서머법은 산성 내화물을 사용했기 때문에 철광석에 포함된 인(P)과 황(S) 같은 유해 불순물을 제거하지 못했다.17 특히 인은 강철을 저온에서 쉽게 깨지게 만들어 심각한 품질 문제를 야기했다.16 또한, 공정 시간이 너무 짧아 반응 도중 성분을 분석하고 미세하게 조정하는 것이 불가능하여 생산된 강철의 품질이 균일하지 못했다.16 이후 시드니 토머스가 염기성 내화물을 전로에 적용하여 인을 제거하는 문제를 일부 해결했지만 13, 품질 제어의 근본적인 어려움은 여전히 과제로 남았다.

베서머법의 본질은 ’속도’의 극대화에 있었다. 이는 산업혁명기의 폭발적인 강철 수요에 부응하기 위한 필연적 선택이었다. 그러나 이 ’속도’는 ’제어’의 상실을 대가로 얻어졌다. 격렬하고 빠른 산화 반응은 중간에 품질을 확인하고 조정할 여유를 주지 않았다. 이는 강철을 ‘만드는’ 문제를 해결했지만, ‘원하는 품질의 강철을 안정적으로 만드는’ 문제는 남겨두었다. 바로 이 품질 제어의 공백이 다음 기술인 평로법이 등장하고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시장 기회를 창출했다.

3.2 평로법(Open-Hearth Process): 품질과 유연성의 확보

베서머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평로법이다. 이는 독일 출신 공학자 카를 빌헬름 지멘스의 축열식 가열 기술과 프랑스의 피에르에밀 마르탱의 제강법이 결합된 ’지멘스-마르탱 공법’으로도 불린다.17 이 기술의 핵심은 얕고 넓은 평평한 노상(hearth) 위에서 선철, 고철(Scrap), 철광석 등을 녹여 제강하는 것이다. 특히 연소 후 배출되는 고온의 배기가스가 가진 열(폐열)을 회수하여 연소에 필요한 공기를 미리 데우는 ‘축열(regenerative)’ 시스템을 통해, 적은 연료로도 고온을 장시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었다.18

평로법은 베서머법에 비해 여러 가지 결정적인 장점을 가졌다. 첫째, 제강 시간이 6~8시간에 달할 정도로 길어 공정 중간에 시료를 채취해 성분을 분석하고 필요한 합금 원소를 첨가하는 등 정밀한 품질 관리가 가능했다.18 둘째, 고온을 오래 유지할 수 있어 베서머법과 달리 고철을 다량으로 원료로 사용할 수 있었다. 이는 원가 절감과 자원 재활용 측면에서 큰 이점을 제공했다.18 셋째, 염기성 내화물을 적용한 염기성 평로법은 인과 황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어, 베서머법이 사용하기 어려웠던 다양한 품질의 철광석을 사용할 수 있게 했다.17

비록 생산 속도는 베서머법보다 훨씬 느렸지만, 이처럼 뛰어난 품질 관리 능력과 원료 사용의 유연성을 바탕으로 평로법은 20세기 초반 베서머법을 넘어 세계 제강 기술의 주류로 자리 잡았다.17 산업이 성숙함에 따라 시장은 단순히 ‘많은’ 강철을 넘어 ‘신뢰할 수 있는’ 강철, ‘경제적인’ 강철을 요구하게 되었고, 평로법의 성공은 이러한 시장 요구의 변화를 정확히 반영했다. 이는 기술의 진화가 단순히 선형적인 발전이 아니라, 시대적 요구에 따라 최적화의 목표 자체가 다변화되는 과정임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다.

<표 2> 산업혁명기 제강법 비교

항목베서머법평로법
공정 원리공기 취입을 통한 급속 산화축열식 가열을 통한 완만 용융
처리 시간15-30분6-8시간
품질 제어어려움 (공정 중 제어 불가)용이함 (시료 채취 및 성분 조절)
주요 원료선철선철, 고철
탈린/탈황 능력초기 산성법(불가), 토머스법(가능)염기성법(용이)
핵심 장점압도적인 생산 속도, 대량생산우수한 품질, 원료 유연성
핵심 단점불균일한 품질, 원료 제약긴 처리 시간, 낮은 생산성

4. 현대 제강 기술의 확립

4.1 고로-전로(BOF) 방식: 현대 일관제철소의 심장

1950년대 오스트리아의 린츠-도나비츠(Linz-Donawitz) 제철소에서 개발된 LD 전로법, 즉 염기성 산소 제강법(Basic Oxygen Furnace, BOF)은 평로를 대체하며 현대 제강 기술의 주류로 자리 잡았다.20 이 기술은 거대한 용광로(고로)에서 생산된 고온의 용선(쇳물)을 전로에 넣고, 공기 대신 순도 높은 산소를 수냉식 랜스(lance)를 통해 초음속으로 불어넣어 불순물을 급격히 산화시키는 원리다.20

고로-전로 방식은 이전 기술들의 장점을 결합하고 단점을 극복한 혁신적인 공법이었다. 약 40분 만에 정련이 끝나 평로보다 월등히 빠르면서도 20, 공기 중의 질소가 쇳물에 녹아 들어가지 않아 평로보다 더 깨끗하고 우수한 품질의 강철을 생산할 수 있었다.20 또한, 설비 투자비와 운전 비용이 평로보다 저렴하고 생산성이 압도적으로 높아, 20세기 후반부터 전 세계 제강 공정의 표준으로 빠르게 확산되었다.20 이 기술의 확립으로 ’고로(제선) → 전로(제강)’로 이어지는 현대적 일관제철(Integrated Steel Mill) 공정이 완성되었으며, 철광석에서 최종 철강 제품까지 연속적이고 효율적인 대량생산 체계가 구축되었다.24

전로(BOF) 기술은 베서머법의 ’전로 형태와 속도’라는 장점과 평로법의 ’고품질’이라는 장점을 결합한 기술적 ’합성(Synthesis)’의 산물이다. 이 합성을 가능하게 한 핵심 기술은 바로 ’산업적 규모의 순산소 생산 기술’이었다. 순산소는 불필요한 질소의 혼입을 원천 차단하여 품질을 높이는 동시에, 산화 반응을 극대화하여 속도를 비약적으로 향상시켰다. 이는 이전 시대의 기술적 상충 관계(속도 vs. 제어)를 한 단계 높은 차원에서 극복한 사례로, 이전 패러다임을 완전히 대체하는 ’지배적 디자인(Dominant Design)’으로 등극했다.

4.2 전기로(EAF) 제강법: 재활용과 유연성의 대안

전기로(Electric Arc Furnace, EAF) 제강법은 철광석이 아닌 고철(철스크랩)을 주원료로 사용하는 방식이다.26 거대한 흑연 전극봉에 강력한 전기를 흘려보내 발생하는 3000^{\circ}C 이상의 아크(arc) 방전열로 고철을 녹여 쇳물을 만든다.27

전기로 방식은 고로-전로 방식과 뚜렷이 구별되는 특징을 가진다. 가장 큰 장점은 친환경성이다. 철광석과 코크스를 사용하는 고로 공정이 없기 때문에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고로 방식의 약 1/4 수준에 불과하다.26 이는 자원을 재활용하는 순환 경제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함을 의미한다.29 또한, 고로와 같은 거대한 설비가 필요 없어 초기 건설비가 저렴하고, 전원을 켜고 끄는 방식으로 조업 조절이 용이하여 수요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26

그러나 한계점도 명확하다. 원료인 고철에 포함된 구리(Cu)와 같은 미량의 불순물을 완벽하게 제어하기 어려워 자동차 외판재와 같은 최고급강 생산에는 제약이 따른다.26 또한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므로 전기 요금에 따라 생산 원가가 크게 변동된다는 단점이 있다.27

고로-전로 방식이 ’자원 채굴 → 생산 → 폐기’로 이어지는 전통적인 ‘선형 경제’ 모델에 기반한 기술이라면, 전기로 방식은 ’폐기물(고철) → 재생산’이라는 ‘순환 경제’ 모델을 체화한 기술이다. 과거에는 전기로가 고로의 보조적 역할이나 저급강 생산에 머물렀지만, 탄소중립과 자원순환이 시대적 과제가 된 현대에 이르러서는 그 위상이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26

<표 3> 현대 제강 공정 비교

항목고로-전로 (BOF)전기로 (EAF)
주원료철광석, 코크스고철 (철스크랩)
핵심 설비용광로, 전로전기로
에너지원석탄 (코크스)전기
CO_2 배출량높음 (강철 1톤당 약 2톤)낮음 (강철 1톤당 약 0.5톤)
주요 생산품판재류 (자동차, 조선용)봉형강류 (철근, 형강)
장점고품질 제품 대량생산저탄소 배출, 유연한 생산
단점높은 CO_2 배출, 막대한 설비 투자고급강 생산 한계, 높은 전력비

5. 제철 기술의 패러다임 전환: 탈탄소 시대를 향하여

5.1 철강 산업의 환경적 과제와 탄소중립의 필요성

전통적인 석탄 기반의 고로-전로 공정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7%를 차지하는 최대 단일 산업 배출원이다.32 강철 1톤을 생산하는 데 약 0.77톤의 석탄이 필요하며, 이 과정에서 약 2.3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32 이는 철강 산업이 기후 변화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함을 의미한다.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와 같은 국제적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탄소 감축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기업의 생존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33 또한, 저탄소 제품에 대한 시장의 요구 역시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34, 철강 산업은 근본적인 기술 전환의 압박에 직면해 있다.

고대 중국의 용광로부터 현대의 고로에 이르기까지, 지난 2,500년간 제철 기술의 역사는 ’탄소(목탄, 석탄)’를 환원제이자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역사였다. 현재 철강 산업이 직면한 탄소중립 요구는 이 오랜 ‘탄소 기반 제철’ 패러다임의 완전한 종언을 의미한다. 이는 단순한 공정 개선이 아니라, 제철의 가장 근본적인 화학 반응 자체를 바꾸어야 하는 전례 없는 도전이며, 철강 기술사에서 가장 거대한 패러다임 전환이 현재 진행 중인 것이다.

5.2 미래를 향한 가교 기술(Bridge Technologies): 점진적 전환의 모색

수소환원제철과 같은 급진적 혁신은 막대한 투자와 인프라 전환을 요구하여 단기간에 실현되기 어렵다.35 수십 년간 막대한 자본이 투입된 기존의 고로 설비는 쉽게 포기할 수 없는 ’매몰 비용’이다. 이러한 ‘경로 의존성(Path Dependency)’ 때문에 산업은 기존 자산을 최대한 활용하며 점진적으로 변화하는 전략을 우선 추구하게 된다. 다음과 같은 가교 기술들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 전기로 고도화: 기존 고로에서 생산한 쇳물과 전기로에서 녹인 쇳물을 혼합하는 ‘합탕(合湯)’ 기술은 전기로 제품의 품질 한계를 극복하고 고급강 생산을 가능하게 한다.28 이는 고로의 탄소 배출을 점진적으로 줄여나가는 현실적 대안이다.

  • FINEX 공법: 포스코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독자 기술로, 오염물질을 다량 배출하는 코크스 제조 및 소결 공정을 생략하고 값싼 가루 형태의 철광석과 유연탄을 직접 사용한다.27 이를 통해 투자비와 생산원가를 절감하고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등 오염물질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였다.27

  • CCUS (탄소 포집·활용·저장): 고로 공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하여 대기 중으로 배출되는 것을 막는 기술이다.30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지만, 기존 설비를 활용하면서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중요한 과도기적 기술로 평가된다.

5.3 궁극의 친환경 제철: 수소환원제철(Hydrogen-based Ironmaking)

수소환원제철은 탄소중립 시대를 열 궁극의 친환경 제철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이 기술의 핵심 원리는 환원제로 탄소(C) 대신 수소(H_2)를 사용하는 것이다. 철광석(Fe_2O_3)이 수소와 반응하여 순수한 철(Fe)이 되고, 유일한 부산물은 물(H_2O)뿐이다.38 이론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을 95% 이상, 궁극적으로는 제로(Zero)로 만들 수 있다.38

현재 유럽의 HYBRIT(스웨덴), H2 Green Steel 프로젝트 등이 기술 개발을 선도하고 있으며, 각국 정부는 막대한 보조금을 투입하며 기술 패권 경쟁에 나서고 있다.35 그러나 이 기술의 성패는 경제성 있는 ’그린수소’의 대량 확보에 달려있다.39 이는 곧 저렴한 재생에너지의 안정적 공급이 필수적임을 의미하며, 철강 산업의 문제가 에너지 산업의 문제로 확장됨을 시사한다.40

5.4 한국형 수소환원제철: HyREX의 현황과 전망

한국에서는 포스코가 FINEX 기술을 기반으로 독자적인 수소환원제철 기술인 ’HyREX(Hydrogen Reduction)’를 개발하고 있다.36 HyREX의 핵심은 ‘유동환원로(Fluidized Bed Reactor)’ 기술로, 고온의 환원가스를 아래에서 분사하여 가루 상태의 철광석(분철광)을 공중에 띄운 채로 수소와 반응시키는 방식이다.36

이 기술은 유럽의 경쟁 기술과 비교하여 중요한 장점을 가진다. 유럽 기술이 고품위 철광석을 펠렛(Pellet) 형태로 비싸게 가공해야 하는 반면, HyREX는 전 세계 매장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저품위 분철광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어 원료 확보 및 원가 경쟁력에서 근본적인 우위를 점할 수 있다.35 포스코는 2030년까지 HyREX 상용화 기술 개발을 완료하고, 2050년까지 기존 고로를 단계적으로 대체하여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35

수소환원제철 시대에는 산업 경쟁력의 원천이 재정의된다. 과거에는 ’철광석’과 ‘석탄’ 확보 능력이 중요했지만, 미래에는 ’저품위 광석 처리 기술’이나 ‘그린수소 생산 능력’, 즉 ’풍부한 재생에너지 자원과 이를 활용하는 기술’이 국가 철강 산업의 명운을 결정하는 핵심 지정학적 변수로 부상할 것이다.40 이는 산업 경쟁의 패러다임이 유형의 지하자원에서 무형의 기술력과 청정에너지 인프라로 이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표 4> 미래 제철 기술 전망 비교

항목전통 고로CCUS 적용 고로수소환원제철 (HyREX 등)
핵심 원리탄소 환원탄소 환원 + CO_2 포집수소 환원
주 환원제탄소 (코크스)탄소 (코크스)수소
주 부산물CO_2CO_2 (포집)H_2O
CO_2 감축 잠재력기준50-90%95% 이상
기술 성숙도상용화실증 단계개발/실증 단계
핵심 과제CO_2 배출 문제포집/저장 비용 및 부지 확보그린수소 대량/저가 확보

6. 결론: 끊임없는 혁신의 역사, 그리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향한 도전

고대 괴련철에서 미래의 수소환원제철에 이르기까지, 철강 기술의 역사는 시대의 요구와 기술적 한계 속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부정하고 재창조하며 발전해 온 과정이었다. 그 발전의 궤적은 저온고체에서 고온액체로, 속도 중심에서 품질 중심으로, 그리고 마침내 탄소 기반에서 탈탄소 기반으로 전환하는 거대한 패러다임의 흐름으로 요약될 수 있다.

오늘날 철강 산업이 직면한 탄소중립이라는 전례 없는 도전은 분명 위기다. 그러나 이는 동시에 수소환원제철과 같은 혁신 기술을 통해 지난 2,500년간 이어져 온 탄소 의존적 패러다임을 종결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열어갈 새로운 기회이기도 하다.30 인류 문명의 근간을 이루어 온 철강 산업이 이 거대한 전환을 성공적으로 완수할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7. 참고 자료

  1. <정책연구> 철강산업의 기술혁신패턴과 전개방향, https://www.stepi.re.kr/common/report/Download.do?reIdx=206&streFileNm=A0201_206&cateCont=A0201
  2. 울산에는 삼국시대의 제철단지가 있었다 - 향토문화대전, https://ulsan.grandculture.net/Contents/Contents?dataType=01&contents_id=GC80002442&isTreeSpread=Y&RequestBy=%ED%95%AD%EB%AA%A9%EB%A7%81%ED%81%AC
  3. [김종대의 스틸스토리: 건축이야기(2)] 강철은 건축구조물의 신기원 이룬 꿈의 소재, https://www.g-enews.com/article/Industry/2023/04/202304061722511254e8b8a793f7_1
  4. 중국사 > 춘추 > 서양보다 1800년 앞선 중국 고대의 제련기술, http://www.yangco.net/new0822/?doc=bbs/gnuboard.php&bo_table=1china_3&sselect=&stext=&ssort=wr_name&sorder=asc&soperator=&page=2&wr_id=45
  5. [연재] 권오준 박사의 “철을 보니 세상이 보인다”-⑧ - 페로타임즈(FerroTimes), https://www.ferro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7713
  6. 고대 중국인들이 주철 생산 용광로를 그렇게 널리 사용할 수 있게 해준 (특히 도가니에 사용된) 재료는 뭐였을까? : r/AskHistorians - Reddit, https://www.reddit.com/r/AskHistorians/comments/r729ue/what_materials_did_the_ancient_chinese_utilize/?tl=ko
  7. 고대 한반도 중부지역 - 초강정련 기술에 대한 고찰 - 중앙문화유산연구원, http://www.jungang.re.kr/data/dataroom/antiq/2015/02_88.pdf
  8. 세상을 움직이는 철(Fe)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 YouTube, https://www.youtube.com/watch?v=vdhCVePGLmM
  9. 강철로 만들어진 배 ‘네메시스호’ 아편전쟁 승리를 이끌다, https://www.chegim.co.kr/webzine/sub/wz_view.jsp?bid=8&num=2215
  10. 제철 - 나무위키, https://namu.wiki/w/%EC%A0%9C%EC%B2%A0
  11. 베서머 법 - 오늘의AI위키, AI가 만드는 백과사전, https://wiki.onul.works/w/%EB%B2%A0%EC%84%9C%EB%A8%B8_%EB%B2%95
  12. [철의 미래] ① 세상을 움직이는 철 이야기, https://newsroom.posco.com/kr/%EC%B2%A0%EC%9D%98-%EB%AF%B8%EB%9E%98-%E2%91%A0-%EC%84%B8%EC%83%81%EC%9D%84-%EC%9B%80%EC%A7%81%EC%9D%B4%EB%8A%94-%EC%B2%A0-%EC%9D%B4%EC%95%BC%EA%B8%B0/
  13. 강철 - 위키원, http://wiki.hash.kr/index.php/%EC%B2%A0%EA%B0%95
  14. 베서머 법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https://ko.wikipedia.org/wiki/%EB%B2%A0%EC%84%9C%EB%A8%B8_%EB%B2%95
  15. 전로 (r25 판) - 나무위키, https://namu.wiki/w/%EC%A0%84%EB%A1%9C?uuid=737b664e-510e-4c1f-a457-6c65310dc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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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6. HyREX - POSCO | 포스코, https://www.posco.co.kr/homepage/docs/kor7/jsp/hyr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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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8. CCUS와 수소환원제철 중심의 한국 탄소중립 전략: 기술·정책 현황과 전망 - Goover, https://seo.goover.ai/report/202508/go-public-report-ko-b0266b90-3862-46c1-aae1-0d3ff3929cfb-0-0.html
  39. 지식정보 > 정책/통계자료 > 정책/통계 상세정보 | IITP - 정보통신기획평가원, https://www.iitp.kr/kr/1/knowledge/statisticsView.it?masterCode=publication&searClassCode=K_STAT_01&identifier=02-008-241106-000001
  40. [인터뷰] 수소환원제철, 유럽 싱크탱크를 만나보니…“한국의 위기, 중국산 본질 아니다”, https://www.ferro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38145
  41. 포스코그룹, 수소환원제철 앞세워 ‘탈탄소 성장’ 선언 - 더밸류뉴스, https://www.thevaluenews.co.kr/news/192185
  42. 포스코 HyREX 기술: 탄소중립 시대를 대비하는 철강의 혁신 - Goover, https://seo.goover.ai/report/202503/go-public-report-ko-c3ec5bc3-74f0-4d59-8229-5353a89e1902-0-0.html